물결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스위스 알프스의 설산 속, 기차는 조용히 눈길을 따라 달려요. 차창 밖엔 하얀 이불을 덮은 나무들이 조용히 인사하고, 멀리선 고요한 호수가 반짝여요. 그 풍경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눈처럼 말랑해져요.
기차 안엔 따뜻한 기운이 가득해요. 둥글게 생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은 살며시 무릎 위에 내려앉고, 창가에 앉아 마시는 따끈한 초콜릿 한 잔은 마치 겨울이 주는 포근한 선물 같아요. 옆자리엔 사르르 녹는 치즈케이크가 놓여 있고요. 눈 내리는 풍경과 함께 먹는 그 맛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답니다.
기차가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아이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여요. “우우우~” 하는 소리는 마치 오래된 나팔 같기도 하고, 산이 들려주는 비밀 같기도 해요. 그 소리에 맞춰 마음속 이야기들도 하나둘 피어납니다.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혹은 아직 만나지 못한 미래의 꿈들요.
사실, 기차는 처음부터 이렇게 아름다운 여행 수단은 아니었어요. 아주아주 오래전, 사람들이 먼 곳으로 가려면 말을 타거나 걸어서 다녀야 했어요. 짐도 많고, 길도 험해서 힘들었죠. 그러다 어느 날, 똑똑한 사람들이 바퀴와 철로를 이용해 달릴 수 있는 ‘기계 말’을 만들었어요. 그게 바로 기차예요. 처음엔 시끄럽고 검은 연기를 내뿜는 기차였지만, 사람들은 점점 더 빠르고 조용하고 편안한 기차를 만들었어요.
스위스는 산이 많은 나라라서, 기차를 타야만 갈 수 있는 마을도 많아요. 그래서 여기 사람들은 기차를 정말 소중히 여겨요. 산을 뚫고 만든 길, 호수 옆을 따라가는 선로, 눈이 와도 멈추지 않는 기차. 모든 게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에요. 기차 덕분에 멀리 있는 할머니 댁도 쉽게 갈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날 수도 있어요.
어떤 기차는 천천히 달려요. 창밖 경치를 오래오래 볼 수 있도록요. 어른들도 그 기차에선 아이처럼 창밖을 바라보며 웃어요. 어떤 기차는 유리 천장이 있어서, 눈 위에 누워 있는 기분으로 여행할 수 있어요. 기차 속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손에 쥔 부드러운 크루아상은 마치 기차가 준비한 작은 축제 같답니다.
산 속 마을을 지날 때마다, 작은 나무집과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 눈을 쓸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요. 그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묻습니다. “저기서도 누군가 기차를 기다릴까?” 하고요. 기차는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조용히 속도를 늦추고, 눈 속 마을에 살짝 인사를 해요.
창밖에 해가 지면, 산은 붉게 물들고, 기차 안엔 따뜻한 등이 하나둘 켜져요. 그 불빛 속에서 사람들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요. 오늘 본 눈, 들은 소리, 먹은 맛있는 것들… 그리고 기차 덕분에 알게 된 새로운 세상 이야기들.
이 기차 여행은 단순히 어딘가로 가는 길이 아니에요. 멋진 풍경과 부드러운 시간, 그리고 마음속에 새겨지는 따뜻한 기억이 함께하는 여정이에요. 그래서 스위스 알프스를 달리는 기차는, 마치 한 편의 시, 한 장의 그림, 한 조각의 꿈 같답니다.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이 기차도, 수많은 이야기 속 한 줄이 되고 있어요. 바람이 속삭이고, 눈이 춤추고, 마음이 조용히 웃는 그 풍경 속에서요. 이 여정이 끝나도, 오늘의 기차 소리는 마음속에서 오래오래 달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