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의 시간
물소리처럼 조용한 숲 어귀에, 해가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뭇가지 깊숙한 그늘 아래 조용히 잠든 올빼미가 있습니다. 누구는 그 새를 게으르다 말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시간에 가장 반짝이는 생명입니다.
올빼미는 해가 지면 눈을 뜹니다. 달빛을 담은 것처럼 둥그렇고 깊은 눈이 천천히 깨어납니다. 낮의 소란스러움이 사라지고, 바람이 속삭이는 밤이 찾아오면 그들의 세상이 열립니다. 올빼미의 부리는 조용하고, 날갯짓은 그림자처럼 가볍습니다. 그들은 바람에 닿는 소리 없이 숲 사이를 미끄러지듯 날아다닙니다.
대부분의 생명들이 졸린 눈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때, 올빼미는 고요 속에서 가장 또렷한 귀를 열고 세상의 미세한 숨소리를 듣습니다. 나뭇잎 아래에서 기어 다니는 작은 발소리, 풀숲에서 튀어 오르는 개구리의 숨결, 모두 올빼미의 노래가 됩니다.
그들은 밤에 태어났고, 밤의 리듬에 맞춰 살아갑니다. 꽃이 햇살에 반응하듯, 올빼미는 달빛에 반응합니다. 태양이 떠오르면 천천히 눈을 감고, 몸을 작게 웅크린 채 나뭇결 속으로 스며듭니다. 낮의 햇빛은 그들에게 너무 눈부시고, 온 세상의 소음은 잠시 멈추고 싶은 피로함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건 나태함이 아닙니다. 그저 다른 시간 속에 살아가는 생명일 뿐입니다. 올빼미는 하늘을 가르는 매처럼 빠르진 않지만, 그 어둠 속 비행은 마치 밤하늘에 쓴 시 한 줄처럼 아름답고 조용합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쫓기보단, 기다리고 듣고, 필요한 순간에 조용히 움직입니다.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저녁 무렵, 올빼미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세상을 바라봅니다. 별이 하나둘 나타나면, 그들은 낮게 야유합니다. 무서운 소리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밤의 인사입니다. 서로를 부르고, 별에게 말을 걸고, 달빛과 속삭이는 소리를 나눕니다.
낮에는 많은 이들이 하늘을 차지합니다. 참새, 비행기, 드론까지. 하지만 밤의 하늘은 텅 비어 올빼미에게 열려 있습니다. 그들은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어둠 속에서 길을 찾습니다. 조용히,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그들의 쉼터는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나무의 빈 공간, 잎이 드리운 그늘, 낡은 다락방처럼 조용한 구석. 그곳에서 그들은 숨을 고르고, 다시 올 밤을 준비합니다. 마치 숲 전체가 그들이 잘 수 있도록 숨을 죽이고, 바람도 조용해지는 듯합니다.
우리는 해가 떠 있는 시간에 살아가고, 그들은 해가 지고 나서 살아갑니다.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며, 자연은 언제나 그 다름을 받아들입니다. 햇살을 좋아하는 꽃도, 달빛을 좋아하는 새도 모두 자연의 일부입니다.
어쩌면 올빼미는 우리가 잊고 사는 균형을 상기시켜주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항상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것, 때론 조용히 쉬어야 한다는 것, 모두가 깨어 있을 때 잠들어도 괜찮다는 것.
그래서 다음에 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 때, 그 그늘 속에서 조용히 잠든 올빼미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온전합니다.